“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중앙일보 교육면 칼럼 9월 20일]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칭찬은 바보를 천재로 만든다.  말도 못하고 듣지도 보지도 못하던 ‘헬렌 켈러’에게 칭찬은 기적을 만들어 주었다. 지난 28년간 학생들을 지도 하면서 나는 칭찬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에 대해 매번 경이로움을 느낀다. 칭찬을 통해 많은 학생들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칭찬을 통해 대화와 관계가 회복되고 칭찬을 통해 꿈을 꾸게 되는 경험들 말이다. 칭찬의 위대함은 누구에게라도 긍정적인 힘을 갖게 한다는 것이고 그 힘을 통해,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용기 있는 도전을 하게끔 한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필자 역시도 그러한 칭찬을 먹고 자랐었던 것 같다. 물론 가족들의 칭찬과 기대도 그러했지만, 홍익대를 진학하기 위해 재수를 하던 시절에 선생님으로 받았던 칭찬과 격려는 머리가 희끗해진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가난하던 재수생활 속에서 위축되어 자신감도 없었던 내게, 내가 가장 자신 없어하던 부분을 다른 시각으로 보아주시고 그 가능성을 감탄해 하며 칭찬해주시며 용기를 주셨던 선생님이 있었기에 나는 새로운 출발점을 얻게 되었고 아직까지도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한 나의 경험은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말에 의한 상처는 칼에 의한 상처보다 심하다”라고 하는 모로코의 속담이 있다. 간혹 미술을 지도하는 선생님이나 또는 부모님으로부터 들은 무심한 한마디가 학생들에게는 치명적 상처가 되는 경우가 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런 상처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감을 잃게 되고 심한 경우는 미술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미술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하는 데에는 주변의 부정적 평가가 대부분의 원인인 것 같다. 보통사람들은 ‘잘 그렸다’ 또는 ‘못 그렸다’ 로 학생들을 단순히 평가하고 그 기준은 얼마나 닮게 그렸는가에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 기준은 올바를 것일까? ‘세잔’이라는 프랑스의 화가가 있다.  그는 수없이 미술대학에 떨어졌고 그가 살아있는 동안 재능 없는 화가로 여겨졌었다. 그가 나중에 20세기 미술의 아버지로 추앙 받게 된 것은 그가 사실적으로 잘 그렸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생각을 그렸기 때문이었다.  학생의 그림을 ‘잘 그렸다’ 또는 ‘못 그렸다’고 평가하기 보다는 왜 그렇게 그렸는가를 들여다보고 이해하려 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노력하면 학생의 장점이 보이기 시작하고 칭찬할 수 있게 된다.  칭찬은 그렇게 애정과 관심에서 나오고 그것이 바로 교육의 시작이다.

 

칭찬을 받은 학생들은 대부분 더 잘 하려는 노력을 하게 되고, 더욱 더 칭찬을 받고 싶은 마음이 10배 20배의 능력을 만들게도 한다. 칭찬은 사랑하는 마음의 결정체이고 미술교육은 그렇게 시작되어야 한다. 한 방울의 꿀은 수많은 벌들을 끌어 모으지만 1만톤의 가시는 한 마리의 벌도 모을 수 없다. 비난이나 비판이 용기와 긍정의 힘을 이끌어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우리의 아이들이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고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도록 하려면 사랑과 관심이 바탕 된 칭찬과 존중의 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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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이야기이다” [중앙일보 교육면 칼럼 2013년 9월 13일]

“미술은 이야기이다”

 

유태인만큼 이야기를 즐기는 민족도 드물 것이다. 구약성서가 장대한 이야기의 보물창고라는 것은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탈무드> 역시 기원전 5백 년 전부터 기원후 5백 년에 이르기까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것들을 10년 동안 약 2천명의 학자들이 모여서 엮은, 1만2천 페이지에 달하는 거대한 분량의 책이다. 이것은 평생 동안 읽어도 모두 읽을 수 없는 대단한 분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태인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해내고, 그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다.

 

<죠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백 투더 퓨처> 시리즈, <E.T.>, <후크>, <그렘린>, <태양의 제국>, <쉰들러 리스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 <A.I.>, <쥬라기 공원> 등의 작품을 통해 기발한 아이디어와 화려한 기법으로 관객들을 끌어 모으고 어린 시절 우리가 꿈꾸었던 상상을 눈앞에 보여주는 감독 그가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영화감독) 역시도 유태인이었던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기질을 그대로 이어받은 천재적인 이야기꾼인 것이다.

 

오늘 내가 뜬금없이 이야기꾼으로서의 한 영화감독을 언급하는 것은 오랜 시간 학생들을 지도해 오면서 나름 터득한 ‘미술은 이야기이다’ 라고 하는 관점에서 이다. 이러한 관점은 내가 미국유학을 통해 여러 교수님들과의 수많은 대화에서도 느껴왔었지만, 더욱더 확신을 갖게 된 것은 많은 학생들을 지도해 오면서 인 것 같다.

 

미술대학진학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어려운 과정은 좋은 아이디어를 찾는 작업일 것이다. 기술은 가르칠 수 있어도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르치기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어찌 보면 그것은 가르쳐서 될 일도 아니고 때론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무수한 경험을 통해 내가 얻어낸 결론은 많은 시간 학생들과 이야기 하는 것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감명 깊었던 작품을 통해 학생이 느끼고 공감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때론 그 작품을 통해 작가가 전달하고자 의도했던 것들에 대해서, 그리고 작가가 소통하고자 작품에 사용했던 방식 등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학생이 한 작품 한 작품 완성을 해나가는 과정에 있어서도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야기를 통해 학생들은 스스로도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자신의 특성을 발견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미술이란 매개체를 통해 이해하게 되는 경험을 갖기도 한다. 또한 이야기를 통해 예기치 않았던 새로운 아이디어와 만나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선생님과 학생의 눈높이가 맞춰져 있지 않은 대화 속에서는 아무것도 얻어지는 게 없는 것 같다. 선생님이 더 경험이 많기 때문에 선생님이 옳고 학생은 배워야 한다는 식의 대화 속에서는 아무것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물론 처음에는 대화에 익숙지 않아 어색해 하겠지만, 선생님이 학생과 눈높이를 맞추고 귀를 열어 학생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학생이 표현하고자 하는 생각과 감정을 존중해준다면, 학생은 점점 더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고, 결국엔 그 자신감으로 작품 속에 자신만의 개성이 담겨있는 이야기를 담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미술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미술은 이야기이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고, 작품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통해 설득력 있는 예술적 언어를 터득하고, 또한 자신의 개성을 발견하는 좋은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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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 속에서 벗어나라” [중앙일보 교육면 칼럼 2013년 9월 6일]

“틀 속에서 벗어나라”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안타까운 것은 충분한 테크닉과 창의적 잠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 스스로 ‘틀’속에 갇혀있으려고 할 때이다. 이러한 경우는 늦게 그림을 시작한 학생을 가르치는 것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봐도 크게 효과가 나질 않는 경우가 많다. 학생본인도 힘들고 가르치는 선생도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오늘은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는 ‘틀’이라는 문제를 놓고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틀’이라는 개념은 논자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지만 오늘 필자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틀’은 한국적 입시미술교육에서 연유된 ‘주입식’ 교육에 관해서다. 사실 한국에서조차도 ‘주입식’ 미술교육의 문제점들에 대해 많은 논의와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문제가 쉽사리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미대입시의 과열경쟁과 이에 편승한 상업적 미술학원들의 편법적인 미술교육에 있다고 본다.

 

“그런데 왜 미국에서 한국의 미대입시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가? “ 의아해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것은 필자가 안타까워하는 부분이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 미술대학에서 이루어지는 창의적 이고 개별적 수업방식 이라든가 독창성과 실험성을 염두에 둔 현대미술의 흐름 그리고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고려 없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는 것 자체에만 Focus를 두고 교육을 하다 보니 비록 원하는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필연적으로 많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토론과 비평이 기반된 대학수업과 연관되어서 미술수업이 진행되어야 하고 미술전반에 대한 이해와 기본적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기능적이고 테크닉적인 부분에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데 반해 창의적 발상과 사고에 대한 교육적 투자에는 상당히 미약하다. 그러한 창의적 발상에 대한 프로그램을 갖고 포트폴리오 반을 진행하는 곳은 극히 드물지 않나 생각된다. 그러다 보니 많은 한국 학생들은 실기를 지도하는 유독 선생님에 대한 의존 비율이 높은 편이고 심한 경우는 선생님이 제시하는 패턴화 되고 정형화된 한가지의 스타일로 작품을 제작하게 되고, 심지어는 함께 배우는 대부분 학생들의 작품이 마치 한 사람이 그린 것처럼 비슷한 경우가 있기도 하다.

 

이러한 ‘주입식’ 미술교육이 많은 학생들에게 벗어나기 힘든 ‘틀’이란 것을 만들어 주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18세기 중엽부터 말까지 영국 예술계를 주도했던 J.레이놀즈는 ‘그림이 걸려 있는 방은 사상을 걸고 있는 그것이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그림은 그 그림을 완성한 사람의 생각과 감성 그리고 상상과 경험을 담은 그릇이다. 원하는 미술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목적이 되는 짧은 안목과 이에 편승한 주입식 미술교육으로 인해 자신의 생각과 감성을 ‘틀’ 속에 박제처럼 걸어놓는다면, 우리의 아이들에게는 어떤 경쟁력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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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가 노력을 이긴다” [중앙일보 교육면칼럼 2013년 8월 30일]

“재미가 노력을 이긴다”

 

해외에서 각 분야에 걸쳐 인정받고 있는 한국인들의 성공담을 소개하는 TV프로그램을 알게 된지는 얼마 안되었지만, 그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많은 생각도 하게도 되고 내인생의 어떤 시점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 프로그램을 통해 최근에 소개된 건축외관 전문가 나민수, 프랑스가 사랑한 디자이너 박윤정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의 성공담 속에서 필자가 유독 관심을 갖게 된 점은 그들의 남다른 열정 이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그런 종류의 사람들은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과 는 다른 특성이 있다고 생각을 했었고, 끈질긴 집념과 불굴의 노력으로 그들의 성취를 이루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였었다.  하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필자는 그들의 성공담 속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고 오늘은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물론 그들의 성공 뒤에는 피눈물 나는 노력과 실패를 겁내지 않는 불굴의 열정이 있었다. 그리고 노력하고 열정적으로 어떤 분야에 전념한다면 성공이란 지극히 당연하게 여겨 지겠지만, 필자가 그들의 성공담 속에서 관심 있게 바라보고자 한 것은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즐거움’이란 단어이다. 즐거움이 있었기에 그들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었고 즐거움이 있었기에 남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도 그것을 힘들어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학부모상담을 통해 “우리아이는 노력이 부족해……” 라든지 “열정이 없어……” 또는 “꿈이 없는 것 같아……”라고 생각하시는 부모님들이 적지 않다고 알고 있다. 아이가 그렇기 때문에 부모의 입장에서는 더욱더 아이에게 관심을 갖고 남들이 효과를 보았다는 학원에도 보내고 개인과외도 시켜보고 잔소리도 해본다. 하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다시 TV에서 보았던 성공담을 빌어 이야기 하자면, 필자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성공담 속에서 필자가 발견한  ‘즐거움’ 또는 ‘재미’라는 단어를 미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대안으로 선물하고 싶다. 단지 미술에 국한시킬 일은 아니지만, 필자가 현재 미술을 가르치는 사람이기에 더욱 강조하고 싶다.

 

미술수업은 즐거움 이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즐거움’ 과 ‘재미’는 그것이 없는 무미의 노력보다 강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즐거움’과 ‘재미’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미래를 보게 하고 스스로 그 문으로 다가서게 하는 자발적인 힘이 있다고 본다. ‘즐거움’과 ‘재미”가 아이들로 하여금 노력하게 하고 열정을 갖게 하고 꿈을 지니게 하여 장애물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미래로 향해갈 수 있게도 한다고 생각한다.

 

단지 명문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 해야만 하는 반복적이고 건조한 노력이 아니라, 가슴속에 살아있는 미래의 두근거림을 들으며 ‘재미’와  ‘즐거움’에서 시작된 노력으로 하루하루를 쌓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의 아이들이 극히 현실적이거나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한 꿈의 희생자가 되기보다는 ‘재미’와 ‘즐거움’ 으로부터 시작된 건강한 불씨를 가슴속에 지닐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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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한 제자를 보면서” [중앙일보 교육면 칼럼 2013년 8월 23일]

성장한 제자를 보면서

 

여름방학 동안 작품준비를 위해 수고했던 입시생들 을 위한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다.  RISD에 입학해 현재 재학생으로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선배 s양을 초대해 생생한 학교경험담을 듣고, 선생님이 아닌 선배로부터 학생들이 평소에 궁금하던 이야기들을 터놓고 직접 만나 이야기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 이기도 한 자리였다. 바로 2년 전에 입학한 선배였기 때문에 입시생들 에게는 마치 입학하게 된 2년 후의 자신의 모습을 보는듯한 느낌을 줄 수도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입시생들의 반응은 차치 하더라도 선생인 나 역시도 놀라웠던 것은 선배 S양의 변화된 외모였다. 길에서 마주치면 알아보지 못하리만큼 세련되고 예뻐져 있었다. 당당하고 자신에 차 보였고 너무나도 행복해 보였다.

 

선후배간의 자유로운 대화를 위해 조촐하게 다과상을 준비해주고 나는 잠시 자리를 피해주었다. 처음에 조금 어색한듯해 보이던 자리는 금방 화기애애해지는가 싶더니 조금씩 진지한 질문과 대답이 이어지고 있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나도 잠시 그들 곁에 앉아서 나누는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요즘 아이들답게 Laptop을 켜놓고 자료화면도 서로 보여줘 가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특히 선배인S양은 그 동안 수업했던 작품들과 그 내용들을 곁들여 가며 교수님들의 수업방식과 그분들의 작품 또한 소개해 주었고, 같은Class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의 열정과 창의적 발상에 놀라움을 표하기도 하였다. 사전에 아무런 조율 없이 마련된 자리였지만, 미술이라는 동일한 관심사와 미룰 수 없는 그들의 꿈과 열정은 그곳에 참가한 모두에게 뜨거운 각성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지금의 입시생과 똑 같은 모습으로 힘겨워하고 때론 눈물도 보이면서 미대입시를 준비하던 S양 이었다. 오늘의 그녀는 당당하고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꿈으로 향해있는 그녀의 시선은 대견하였다. 앞으로 2년 후에는 오늘의 입시생 아이들도 저렇게 변해있을 거다. 꿈은 이루어지고 꿈을 꾸는 자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꿈은 단지 꿈이 아니고 미래에서 그들을 맞이하며 기다리고 있는 노력의 보상이요 더 높은 꿈을 잉태하게 되는 삶의 밑천이 될 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꿈을 품게 하고 그들의 꿈을 노력으로 채워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내 직업이 자랑스럽다, 다시 한번 그렇게 느끼게 해준 S양에게 또한 감사하였고, 대견하였다.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이 그저 쓸쓸하지만은 않다. 꿈을 꾸는 아이들이 있고 그들이 노력을 통해 조금씩 대견하게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짜릿한 감동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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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대회와 꿈” [중앙일보 교육면 칼럼 2013년 8월 16일]

“미술대회와 꿈”

 

어린 시절 사생대회 라는 이름으로 미술대회에 나가본 적이 있다. 무슨 무슨 백일장 이라든가 혹은 불조심 포스터 등등 정말 수 많은 종류의 미술대회가 있었고, 그런 대회를 통해 어렴풋이나마 나는 그림에 조금 소질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딱히 미술대회가 아니더라도 미술시간에 그린 자신의 그림이 교실 뒤편에 걸려본 사람 이라면 그 뿌듯한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역시 그랬었던 것 같다. 미술에 관련된 가족이나 친족이 전무후무한 집안에서 태어난 나는 어린 시절 어려웠던 가정형편상 미술학원에 다녀 본적도 없었고, 내가 그림을 잘 그린다고 생각해 본적도 없었다. 하지만 미술대회의 크고 작은 수상을 해나가면서 점차 자신의 소질을 깨닫기 시작했던 것 같다. 미술대회는 나에게 미술의 길을 선택함에 있어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던 것 같다.

 

요즘도 역시 많은 학생들이 이런저런 미술대회를 통해 화가나 디자이너의 꿈을 꾸는 계기가 되고 있다. 부모님들 역시도 자녀들의 재능을 발견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또한 규모가 큰 미술대회에서는 대학교 진학 시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미술대학을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미술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동기유발이 되기도 하고 그렇게 진지하게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실지로 많이 성장하기도 하며, 다른 학생들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폭넓은 경험을 하기도 한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어떤 학부모님은 자녀의 미술대회 입상을 위해 작품을 도와 달라고 하시는 분도 있다. 마치 미술학원에 다니면 당연히 미술대회에서 입상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러한 생각에는 문제점이 있다고 본다. 물론 미술학원 입장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정말 대놓고 그림을 그려주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많은 학생들은 선생님이 그려줘서 입상한 그림을 Cheating이라고 생각한다. 정확히 말해서 학생들의 그러한 생각은 틀림이 없다. 아이디어를 만드는 단계에서부터 작품의 스타일이나 색상과 분위기의 선택 그리고 직접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선생님께 의존해서, 결과적으로 선생님이 다 그려주는 과정을 실지로 경험한다면 과연 학생들은 그 작품을 자신의 작품이라고 여길 수 있을까? 또한 수상을 한다고 한들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는 계기로 여길 수 있을까? 미술을 한다고 하는 것이 즐거움이고 꿈이 될 수 있을까?

 

미술대회뿐만이 아니라 미술대학 진학을 위한 포트폴리오 작품 제작에 있어서도 학생들 자신이 Cheating 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선생님이 관여한다면 과연 그 학생은 대학에 진학 후 미술을 통해 자신의 꿈을 펼쳐 나갈 수 있을까?  그 대학에 진학한 다른 미국인 학생들과 정상적으로 경쟁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을까?  미술대회에서 입상을 하거나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고 자랑스러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이 학생 자신의 의지와 노력과 열정에 근거하지 않고 입상과 입학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얻기 위한 Cheating 에서 기반되었다면 그들은 입상과 입학을 통해 무엇을 얻을까?  그들에게 어떠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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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코리아 <변지혜의 생활상담> 방송 2013년 8월 9일

8월 9일 원장님께서 라디오 코리아 <변지혜의 생활상담>에 출연하여

미술대회에 대하여 각종 정보와 조언을 들려 드립니다.

“그림은 그리움이다.” [중앙일보 교육면 칼럼 2013년 8월 9일]

“그림은 그리움이다.”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얼굴……” 까까머리 중학교시절 음악선생님의 피아노 소리에 맞춰 한 소절 한 소절씩 배웠던 노래다.  그 당시는 특별히 재미난 것도 없었거니와 어릴 적부터 흥얼거리기를 좋아했던 나로선 시간만 나면 나도 모르게 입으로 코로 달고 다니던 노래다. 실재로 나는 비가 오시고 난 후 운동장에 서 커다란 작대기로 동그라미를 그리고 하나씩 눈과 입 등을 추가해 그렸었던 추억이 있다.

 

그림과 그리움은 어원이 같다고 한다. 정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두 단어의 의미와 느낌에 있어 참으로 잘 어우러진다는 느낌이 든다.  여기 이태리의 천재 조각가이자 화가인 미켈란젤로의 일화를 잠깐 소개한다.

이탈리아 피렌체에는 잘 생긴 청년 다비드의 조각상이 있다. “미켈란젤로가 훗날 <다비드>가 될 이 대리석 조각에 달라붙어 작업을 하고 있을 때였다. 마침 근처를 지나던 어린 소녀가 작업실로 들어와 미켈란젤로에게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왜 그렇게 힘들게 돌을 두드리느냐고? 미켈란젤로는 이렇게 말했다. ‘꼬마야, 이 바위 안에는 천사가 들어있단다. 나는 지금 잠자는 천사를 깨워 자유롭게 해주는 중이야.’”

 

미켈란젤로는 대리석 덩어리 에서 이미 마음속에서 빚어 놓았던 다비드의 상을 떠올려 나머지를 깎아내 버렸다는 것이다. 그의 말 그대로 그는 마음속 으로 형상을 그려내 조각을 해냈고 그가 만들어낸  <다비드>상은 의도적으로 골리앗을 죽이기 직전에 돌멩이를 매달은 끈을 쥔 왼손을 어깨에 얹고 적을 노려보며 준비하는 모습을 표현함으로써 비록 덩치는 작지만 믿음의 힘이 큰 다비드의 잠재력의 위대함을 나타내고자 했다.

 

그림을 그려내는 일(Painting)은 어떤 대상을 기억하거나 그리워하거나 상상 또는 연민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마음속으로부터 그리워하는 것에서 시작 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요즘은 많은 학생들이 그리워하는 일에 익숙치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미술학원에서 하고 집으로 돌아가면 그리움으로 상(象)을 만들기 보다는 Facebook이나 smart phone을 통한 그리움 습관에 익숙해져 있는 듯 하다. 그것의 옳고 그름을 이야기 하려는 것은 아니다. 시대가 바뀌었고 편리함이 눈앞에 있는데…… 나엮시 차츰 익숙해 져가는 것을 어찌하란 말인가? 아마도 이러한 방식은 이 시대의 또 다른 그리움의 표현 일지도 또는 외로움의 표현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다. 하지만 왠지 짠하다. 디지털에 밀려버린 그리움에 대하여 ……

 

그리움과 그림은 같은 그림자를 공유할 수밖에 없는 운명적 존재이다. 미술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상(象)을 얻어내기 위해 무수히 그리워하고, 그리움을 통해 겹겹이 얽어 매진 상(象) 은 그림이 되어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또 다른 그리움(象)으로써 탄생되어가는 돌고 돌고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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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그린 그림과 좋은 그림- 여름방학특집 6” [중앙일보 교육면 칼럼 2013년 8월 2일]

“잘 그린 그림과 좋은 그림- 여름방학특집6”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가끔씩 재미있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그 질문들 중에는 엉뚱하기도 하고 기발하기도 한 것들도 있고, 때론 정말 속 깊이 생각해 보고 넘어가야만 할 것들도 있다. 그리고 가끔씩은 배워서 내 것으로 간직하고 명심해야 할 것들도 있다. 솔직히 말하면 필자는 28년간 그러한 질문들을 통해 학생들로부터 많이 배워왔고 또 성장해 온 것 같다. 가르치고 배운다는 것은 어찌 보면 동전의 앞 뒷면과도 같은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도 나는 학생들을 통해 배우는 것들을 메모해 두었다 작품에 응용하기도 한다. 오늘은 학생들로부터 받았던 질문들 중에서 필자가 항시 염두에 두는 두 가지에 대하여 이야기 하려 한다.

 

< 잘 그린 그림과 좋은 그림 >
“잘 그린 그림은 좋은 그림일까?” 그리고, “좋은 그림은 잘 그린 그림일까?” 조금 말장난 같은 이 질문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좋은 질문임에 틀림없다. 잘 그리고 또한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금상첨화 일 텐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질문에 대한 예로 <잘생긴 사람과 좋은 사람>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딱 들어맞는 예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좀더 명쾌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다. 두 사람이다 아름다운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월이 가도 질리지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향기가 나는 그런 사람을 선호하지 않을까 여겨진다.

 

다시 그림으로 돌아와서, 잘 그린 그림과 좋은 그림을 반드시 구분해 달라하면 필자는 아무래도 좋은 그림 쪽이다. 하지만, 예술에 있어 ‘術 ‘이란 글자는 ‘재주’ ‘기술’등의 의미를 내포한다. 좋은 그림이 되어 향기가 나려면 설득력 있는 ‘기술’ 즉 ‘테크닉’이 필요하며 그 부분은 부단한 노력으로 얻어내야 한다고 본다. 그 위에 향기를 보탠다면 정말 좋은 그림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기술만 있고 감동이 없는 작품도 그렇거니와 열정만 있고 테크닉이 없는 작품 또한 치졸하다. 포트폴리오 제작에 있어 명심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 습관과 개성>

습관과 개성은 무엇이 다를까? 많은 학생들이 이 부분에서 많이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은 일정한 속도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같다. 그리고 아마도 그 속도는 바로 우리시대라는 배경이 만들어준 시간적 공간적 개념이기도 하다. 그러한 배경 속에서 반복적으로 쌓아온 습관이란 건축물은 인생의 막대한 부분을 차지하고 또한 중대한 영향력을 갖고있다.

 

그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반복된 일상 속에서 빚어진 그림의 습관…… 또는 다르게 말해서 ‘버릇’은 그런 일상의 반복성과 각자의 편의성에서 비롯된 산물임을 이야기 하고 싶다. ‘개성’ 이란 그러한 반복성에서 버릇된 자신으로부터 벗어난 순수한 자아를 발견하고자 하는 새로운 시각과 관찰에서 시작된다.

 

그러므로 <습관과 개성>은 그 성격이 매우 다르다. 어찌 보면 예술은 자신의 개성을 찾아가는 하나의 ‘길’ 이라고 보면 맞을 것 같다. ‘나’라고 하는 꽃은 이 넓은 들판에서 과연 어떤 모양과 빛깔을 가진 꽃인지를 발견해 가는 과정이 바로 예술이 아닌가 싶다. 미대입시 포트폴리오에서도 독창성이란 이름으로 개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남과 다른 나만의 색깔과 목소리를 찾아 멋진 여행을 시작한 미대입시 준비 생 들에게 이번 여름 파이팅 을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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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생각하기- 여름방학특집 5”[중앙일보 교육면 칼럼 2013년 7월 26일]

“다르게 생각하기- 여름방학특집 5”

 

창의적인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나만의 노력이 묻어있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많은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 필자 역시도 작품을 구상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막상 작품을 제작하는 시간보다 훨씬 많이 든다. 사실 작품의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는 많은 생각과 집중력이 필요하며, 더불어 많은 양의Research도 필요하다. 그것은 마치 옛날 우리 조상님들이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붓을 들어 글을 쓰는 시간보다 벼루에 먹을 가는 시간에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 것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간을 들이고 집중을 하고 공을 들이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까? 오늘은 미대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내기 위한 <다르게 생각하기>의 몇 가지 예를 들어보고자 한다.

 

< 다르게 생각하기 >

  1. 좋은아이디어는 눈 속에서 피어 오르는 봄의 새싹과도 같다. 그래서 아직 여물지 않은 채이고 연약하고 허술하다. 아이디어를 구상 할 때는 어떠한 생각이라도 스스로의 생각을 제지하거나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생각에 제한을 두거나 자신을 상식 속에 가두지 말라는 뜻이다.
  2. 두서없거나 논리적이지 않더라도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연결시켜 본다. 이렇게 해봄으로써 전혀 연관성이 없던 생각의 편린들이 새로운 조합을 이루어 신선한 아이디어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3. 시인들은시를 쓸 때 은유법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좀더 강조하거나 극적인 효과를 재현하기도 한다. 시에 있어 은유법과 마찬가지로 떠오른 생각을 다른 것으로 대체해본다.
  4. 새는하늘을 날고 물고기는 물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바다는 파란색이고…… 등등 이미 아는 모든 대상의 특징과 상식적 범주를 새로운 환경이나 상황에 맞추거나 변경시켜 본다.
  5. 당연히있어야 할 한두 개의 요소를 제거해 본다. 예를 들면, 나비의 날개를 하나로 해본다든가 아니면 우산에 우산살만 남겨 논다든가 등등 있어야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요소들을 없애 봄으로 해서 예상치 못했던 수확을 얻는 경우가 종종 있다.
  6. 방향을바꾸거나 거꾸로 뒤집어 생각해 본다. 주인공의 옷을 뒤집어 입혀 단추가 등에 오게 한다거나, 커다란 숟가락에 밥그릇으로 밥을 먹는 것 등이 한 예가 될 것 같다. 정말 재미있고 기발한 생각이 아닌가?
  7. 커피컵의 질감을 매끄러운 유리가 아니고 털의 질감으로 바꾸어본다면 어떨까? 사물의 질감을 바꾸어 봄으로써 일상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창조물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지면 관계상 7가지 정도로 좋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방법들을 열거해 보았다. 7가지 이외에도 다양한 발상의 기법들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다르게 생각하기>가 노력만으로는 힘들다는 것이다. 학생 스스로 이런 발상의 전환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고 단지 대학진학을 최종목표로 하는 단기적인 생각이 아니라 앞으로 펼쳐질 대학생활과 더 나아가서는 대학 이후 자신의 직업과 연관돼 창의적 삶을 영위하는 데까지 바라보는 긴 안목과 투자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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