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그리움이다.” [중앙일보 교육면 칼럼 2013년 8월 9일]

“그림은 그리움이다.”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얼굴……” 까까머리 중학교시절 음악선생님의 피아노 소리에 맞춰 한 소절 한 소절씩 배웠던 노래다.  그 당시는 특별히 재미난 것도 없었거니와 어릴 적부터 흥얼거리기를 좋아했던 나로선 시간만 나면 나도 모르게 입으로 코로 달고 다니던 노래다. 실재로 나는 비가 오시고 난 후 운동장에 서 커다란 작대기로 동그라미를 그리고 하나씩 눈과 입 등을 추가해 그렸었던 추억이 있다.

 

그림과 그리움은 어원이 같다고 한다. 정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두 단어의 의미와 느낌에 있어 참으로 잘 어우러진다는 느낌이 든다.  여기 이태리의 천재 조각가이자 화가인 미켈란젤로의 일화를 잠깐 소개한다.

이탈리아 피렌체에는 잘 생긴 청년 다비드의 조각상이 있다. “미켈란젤로가 훗날 <다비드>가 될 이 대리석 조각에 달라붙어 작업을 하고 있을 때였다. 마침 근처를 지나던 어린 소녀가 작업실로 들어와 미켈란젤로에게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왜 그렇게 힘들게 돌을 두드리느냐고? 미켈란젤로는 이렇게 말했다. ‘꼬마야, 이 바위 안에는 천사가 들어있단다. 나는 지금 잠자는 천사를 깨워 자유롭게 해주는 중이야.’”

 

미켈란젤로는 대리석 덩어리 에서 이미 마음속에서 빚어 놓았던 다비드의 상을 떠올려 나머지를 깎아내 버렸다는 것이다. 그의 말 그대로 그는 마음속 으로 형상을 그려내 조각을 해냈고 그가 만들어낸  <다비드>상은 의도적으로 골리앗을 죽이기 직전에 돌멩이를 매달은 끈을 쥔 왼손을 어깨에 얹고 적을 노려보며 준비하는 모습을 표현함으로써 비록 덩치는 작지만 믿음의 힘이 큰 다비드의 잠재력의 위대함을 나타내고자 했다.

 

그림을 그려내는 일(Painting)은 어떤 대상을 기억하거나 그리워하거나 상상 또는 연민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마음속으로부터 그리워하는 것에서 시작 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요즘은 많은 학생들이 그리워하는 일에 익숙치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미술학원에서 하고 집으로 돌아가면 그리움으로 상(象)을 만들기 보다는 Facebook이나 smart phone을 통한 그리움 습관에 익숙해져 있는 듯 하다. 그것의 옳고 그름을 이야기 하려는 것은 아니다. 시대가 바뀌었고 편리함이 눈앞에 있는데…… 나엮시 차츰 익숙해 져가는 것을 어찌하란 말인가? 아마도 이러한 방식은 이 시대의 또 다른 그리움의 표현 일지도 또는 외로움의 표현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다. 하지만 왠지 짠하다. 디지털에 밀려버린 그리움에 대하여 ……

 

그리움과 그림은 같은 그림자를 공유할 수밖에 없는 운명적 존재이다. 미술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상(象)을 얻어내기 위해 무수히 그리워하고, 그리움을 통해 겹겹이 얽어 매진 상(象) 은 그림이 되어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또 다른 그리움(象)으로써 탄생되어가는 돌고 돌고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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