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의 수용과 진취적 작품제작 태도- 여름방학특집 2” [중앙일보 교육면 칼럼 2013년 6월 28일]

“다양성의 수용과 진취적 작품제작 태도- 여름방학특집 2”

 

지난주에 이에 미술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여름방학에 중점적으로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들에 대해 좀더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이미 지난 칼럼들을 통해 여러 번 언급한바 있지만, 포트폴리오 제작에 있어 다각적 접근과 다양한 시도 없이, 획일적인 작품제작 방식과 도전의식이 결여된 안일한 작품제작 태도는 결국 대학입시 사정관들에게도 깊은 인상을심어주기 어렵거니와, 거시적으로 볼 때 학생 스스로 에게도 결국 득이 되지 않는다. 작품제작에 비교적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여름방학 때 앞뒤 안 가리고 작품의 수나 늘리겠다는 어리석은 생각보다는 좀더 진지하고 진취적인 자세로다양하고 탐구적인 실험들을 시도해 봄으로써 자신의 영역을 넓혀 갔으면 좋겠다.

 

<다양성의 수용과 진취적 작품제작 태도>

A라는 대학에서는 이러한 취향의 작품을 선호한다든지B라는 대학에서는 이런 풍의 작품을 요구한다든지 하는 낭설들이미대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뿐만이 아니라 지도하시는 선생님들에게 까지도 영향을 주는 경향이 간혹 있는 것으로 안다. 정말 그러한 것이 존재하기나 하는 것일까? 만약A라고 하는 대학에서는 특정취향의 작품을 제작한 학생들만을 선발하고 그들을4년간 교육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A대학에서 배출된 학생들을 예술계나 기업에서도 지명도 있는 대학이라고 인정할까?

 

28년간의 입시지도 경험과 미국유학을 통해 얻은 필자의 지식으로서는 정말 납득하기 어렵다. 대학 내에는 각자 다른 취향과 개성이 다른 교수님들이 있고, 특히 그들이 추구하는 작품들은 너무도 다르다. 그들이 한 목소리로 특정한 취향을 공유하기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입시미술에 있어 공통적으로 기본기와 창의성 그리고 발전성을 보기는 하지만, 특정한 스타일을 선호하진 않는다. 아마도 특정성향이 호의적이라고 보는 견해는 입시를 경험한 개개인의 특정한 상황들과 편협 된 고정관념이 만들어낸 어리석은 착각에 불과 하다고 잘라 말하고 싶다.

 

한마디로, 특정한 스타일이라서 유일하게 잘 먹히는 미대입시 포트폴리오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작품제작 태도는 고리타분하고 소극적이며 창의적이지 않다고 느껴질 수 있다. 넓은 바다가 이미 주어져 있는데, 유독 한곳에서만 생존이 가능하다고 여기고 그 범주를 벗어나기를 두려워한다면, 그것이 정말 미술을 직업으로 평생을 살아갈 마음이 있는 학생의 태도 인 것인지 의문이 든다. 대학교 입학이란 작은 우물을 파놓고 그 안에서 안주할 생각을 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어떠한 주제, 어떠한 스타일, 어떠한 재료의 사용도 상관없다”. 필자가 수업시간을 통해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에 하나이다. 예술이 자신 스스로 한계를 그어놓고 표현하기를 주저한다면 이미 그것은 예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은 아닐까? 더구나 이제 막 미술에 입문하려고 하는 학생들이 편협 된 범주 속에 자신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제한한다면, 그들에게 더 무엇을 기대해 볼 수 있을까? 예술에 있어 정답을 없다. 특히나 미술은 원시시대부터 계속되어온 인간의 언어이다. 시대를 배경으로 인간의 삶이 엮어온 모든 이야기들이 담겨있고 시대의 요구와 개별적 삶의 속성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소중한 자산이기도 하다. 우리가 사는21세기는 개별적 삶이 각각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대이다. 개별적 목소리를 담아 그것이 나눔이 되고 느낌이 되어 감동으로서 전달되는 소중한 매체인 것이다.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모든 학생들이 왜소한 시각으로 코앞의 대학입시만을 위한 못난 질주를 하기 보다는 자신의 영역을 넓혀 좀더 풍요로운 바다로 뻗어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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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코리아 <변지혜의 생활상담> 방송 2013년 6월 21일

6월 21일 원장님께서 라디오 코리아 <변지혜의 생활상담>에 출연하여

여름방학중 미대입시생들을 위한 조언을 들려 드립니다.

“작업일기를 써라- 여름방학특집 1” [중앙일보 교육면 칼럼 2013년 6월 21일]

“작업일기를 써라- 여름방학특집 1”

 

미대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사실상 여름방학이 방학이 아니다. 그 동안 학교 다니며 학교숙제와 시험, 그리고 SAT준비에 이르기 까지 그야말로 포트폴리오를 차분히 집중해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여름방학 기간을 통해서 많은 작품을 소화해 보려는 욕심을 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준비가 안된 상태로 과도한 의욕만 가지고 작품에 임하는 경우 방학이 끝날 무렵 허탈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이번 칼럼에서는 여름방학 기간 동안 좀더 효과적으로 포트폴리오 제작에 임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여름방학기간 동안 작품을 만들어내는 양은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많게는8개 이상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학생도 보아왔다. 하지만, 작품의 질적인 면을 고려한다면 보통5~6개의 작품을 만들어내기만 하여도 큰 수확을 얻었다 할 것이다. 포트폴리오 제작에 앞서 필자가 거듭 강조하고 싶은 것은 “내 포트폴리오는 남과 무엇이 다른가?” 하는 점을 꼭 체크해보라는 것이다. 각 학생마다 독특하고 남과 다른 나만의 개성을 포트폴리오에 담지 못한다면 이미 그 포트폴리오는 경쟁력을 잃게 될 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개인별로 포트폴리오를 심사하는 이유자체를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작업일기를 써라>
12~20개의 포트폴리오 작품이 아무런 근거 없이 제작되어 있다면 입학 사정관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좀더 쉽게 이야기한다면, 잡화상에 가면 없는 물건 없이 이것도 조금 저것도 조금……  마치 이런 느낌이 아닐까?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많은 학생들과 선생님들 경우에 이러한 문제들을 간과하고, 작품의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과 주제 그리고 스타일 등을 감안하지 않은 채 그저 완성된 작품들 중에서 보기 좋고 잘했다고 생각되는 작품들을 선별해 포트폴리오를 꾸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꾸려진 포트폴리오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혀 인상적이지 않다. 12~20개의 작품 중 적어도 3~4개의 Project를 가지고 일관성 있게 작품을 제작해야 하며 작품간에 연관성이 있는 것이 보다 강력한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본인이 작품제작을 시작할 단계에서부터 완성단계까지의 모든 과정들 속에서 작품의 바탕이 되었던 생각들과 Sketch, 그리고 선생님과의 토론에서 기록된 작은 메모 등을 매일 일기형식으로 작성하거나 스크랩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이러한 습관은 비단 미대입시를 위한 작품의 일관성과 강한 인상을 주는 포트폴리오제작에도 도움을 줄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대학생활과 사회에서 작품생활을 할 때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각각의 개성 있는 작품은 각자 학생들의 사소하고 개인적인 일상생활과 자신만의 스토리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한 작품 한 작품이 완성되어 갈 때 자신만의 강력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탄탄한 포트폴리오도 제작할 수 있고, 더구나, 생활 속에서 간과하기 쉬운 일상의 사소한 작은 것에서도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다고 본다. 습관은 비록 작은 것일지라도 한 사람의 인생을 움직이는 커다란 강물과 같음을 이야기 하고 싶다. 다음주 칼럼에서도 계속해서 여름방학기간 동안 미대입시준비를 위해 유념해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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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 -2” [중앙일보 교육면 칼럼 2013년 6월 14일]

나는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 -2”

 

지난주 칼럼 <수평적 대화>에서 대화의 방식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언급하였고 이번 주에도 이어서 “나는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 라는 주제로 28년간 학생들을 지도해 오면서 필자 자신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각오를 더해본다.

 

<선생은 스승이다!>

올해로31년째 스승님과 연락을 주고 받는다. 이미 연로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스승님께서는 꾸준히 작품을 하신다. 젊은 사람들 못지않은 열정으로 많은 화가들로부터 존경 받는 멘토로 활동하고 계신다. 이민생활을 하면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스승님께 연락해 조언을 구하고 위로를 받아 다시 힘을 내곤 해왔다. 스승님과는 내가 미술대학에 가기 위해 화실을 다닐 때부터 이어져온 인연이다. 지금도 스승님을 존경하고 스승님이 나의 롤모델이다.

 

가끔씩 나도 우리스승님 같은 선생인가를 생각해 본다…… 사실 나는 미술을 가르치는 선생이기 이전에 화가이기도 하다. 어릴 적부터 꿈이 그러했고 지금도 그 길을 향해 가고 있다. 벌써 3년 전 이야기이다. MOCA(The Museum of Contemporary Art)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에 당선되어 전시회를 갖게 되었을 때 몇몇 학부모님들께서 학생들과 함께 그 전시회에 방문하여 기쁨을 같이 하였던 기억이 있다. 그 무렵 나는 “선생님이 작가라는 것……”  그것이 학생들에게 깊이 각인되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왜냐 하면 나 역시 내 선생님의 그러한 모습에서 미래의 나를 발견해 왔었고,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아이들과 이야기 해보면 간혹 꿈이 없는 듯 보이는 학생들이 가끔씩 눈에 띄곤 한다. 그들에겐 정말 꿈이 없을까? 하고 생각해 보지만 잘 모르겠다. 흔히 처음 학원에 상담오시는 부모님들은 “미술대학에 가려면 재능이 있어야 되나요?” 하고 물어 보신다. 물론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답한다. 재능이 없다면 미술이 점점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욱더 중요한 것은 꿈과 열정이라고 말씀 드리곤 한다. 꿈과 열정이 없다면 재능도 결국 빛을 발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꿈과 열정은 생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며 절망과 시련을 견뎌내는 힘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꿈과 열정을 찾으려 인상 깊은 경험을 해보길 원하기도 하고 좋은 만남을 기대해 보기도 한다. 예컨대 책을 통해서나 사람을 통해서 말이다. 이를테면 자기가 좋아하는 어떤 직업의 전문가를 만나서 그가 그 직업을 통해 행복해하고 보람 있는 삶을 이뤄나간다거나 혹은, 그들을 통해 정말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깊은 감동을 받길 원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 틀림없이 그러한 계기가 꿈 없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꿈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술을 가르치기에 앞서 나 역시 아이들에게 꿈을 꾸게 하는 스승이 되고 싶다. 하지만, 많은 어른들이 그러하듯 나도 그리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고, 요즘 들어 작품도 게을리 하고 있어 아이들에게 전문가로서의 삶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선생은 학생들에게  있어 미래를 비쳐볼 거울이고 꿈의 시발점일수 있다. 모든 나의 제자들이 미술의 꿈을 품고 열정의 노를 저어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향해 달려가길 바라고 있지만, 그에 미치지 못하는 선생으로서 부끄러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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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 -1” [중앙일보 교육면 칼럼 2013년 6월 7일]

“나는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1”

이 물음은 28년간 학생들을 지도해 오면서 항상 내 자신 스스로에게 해왔던 질문이다. 학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커피를 마시면서 무심코……  학생들과 상담을 하고 난 후에……  그러한 질문을 스스로 에게 할 때면 매번 느끼는 거지만 부끄럽다.  때론 무지해서 때론 게을러서 때론 개인적인 감정에 치우쳐서…… 내 자신이 선생님이라는 사실을 잊은 적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선생님 일수 있도록 일깨워준 이 들은 다름아닌 바로 나의 소중한 학생들 이었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보람 있는 일이라는 것이며 내 자신이 그런 보람을 느끼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가지고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도 부족함이 많은 선생으로서 그 동안 경험해야만 했던 몇 가지 사례들을 이야기 해볼까 한다.

 

<수평적 대화>
California에서 대학원 생활할 때의 이야기다. 유학생 이었던 나는 학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해서 아르바이트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 당시만해도 한국에서의 경험도 있고, 실기에는 자신감도 충만했던 시절이라 그리 어렵지 않게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으리라 생각 했었다. 그런데 문제가 좀 있었다. 대화의 방식에 있어서 일방통행이었던 것 이었다.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는 가르치려고만 했다. 그리고 열심히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작품을 제작하기 전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데, 형식만 아이디어 회의를 갖추었지 진작 내용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학생들은 대부분 경험이 없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이 얼토당토 없는 의견들을 제시해오는 수가 많다. 그런 그들에게 나는 나름 정답을 찾아 주었다. 그런 일들이 반복 되면서 학생들은 아이디어를 준비해 오는 횟수가 차츰 줄어들었고 점점 자신감이 줄어드는 것을 보게 되었다. 물론 명문대학에 진학하긴 했지만, 그것은 어찌 보면 학생들의 작품이 아니었고 내 아이디어를 일방적으로 전달해주고 완성시킨 대학에 입학을 위한 편법에 불과 했다는 생각이다. 지난 칼럼 에서도 언급했지만, 대학입학만을 위한 교육이 되어서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미술수업에 있어서 선생님과 학생간에는 수평적 관계가 유지되어야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는 단순히 외부적으로 나타난 친밀감과는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작품제작을 위해 학생들과 의견을 나눌 때 의견이 상충될 때가 종종 있다. 사실 학생들은 작품제작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많은 경우 시행착오를 겪게 되지만 그렇다고 할지라도 “네가 뭘 알아……선생님 의견이 옳으니 따라와라……”하는 일방통행 식 교육방식은 아이들로 하여금 자신감을 잃게 만들고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 이후로 귀를 열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미술을 가르친다는 것…… 그것은 학생들 속에 잠자고 있는 생각과 아직 여물지 않은 감성들을 끌어올리는 섬세한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매 순간 깨닫곤 한다.  다음 주 에도 이어서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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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입시준비에 Why 강의와 토론이 중요한가? -2 [중앙일보 교육면 칼럼 2013년 5월 31일]

미대입시준비에 Why 강의와 토론이 중요한가?-2

 

지난 칼럼에 이어 이제 현실로 돌아와서 학생들 수업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미술대학에 입학하려면 Portfolio(작품집)를 만들어 제출해야 하는데, 입시를 앞둔 학생들은 내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시작부터 막막해한다. 그림을 좋아하긴 하는데 어떤 그림이 좋은 그림인지 왜 좋은 건지 안목이 없다. 좋은 그림을 알아야 좋은 그림을 그릴 텐데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작품을 제작한다는 것이 어렵게만 느껴지고 때론 좌절 하기도 한다.

 

지금은 21세기 이고 여기가 미국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배우던 그 시절처럼 여태 학생들을 그렇게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간혹 존재한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그것은 선생님이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거나 전공하고도 본인 스스로 작품생활을 해보지 않아 그 중요성을 모르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다. 여기 한 학생이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 그러면 처음 해야 할 일은 뭘까? 물론 작품의 구상이 될 것이다. 한마디로 “무엇을” 이라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 “무엇을”이 독창적이기 위해서는 그 학생의 내면을 들여다 보게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자라온 환경이나 성격, 느낌 또는 일상 등등 가장 솔직하고 자기다운 것……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무엇을”이 정해지면 “어떻게”라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어떻게”라는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남들은 어떻게 풀어가는가를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술의 역사라든지 스타일에 대한 공부와 미술언어는 어떻게 작품에 적용되는지에 대한 이론강의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후에는 “왜”라는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왜 그것을 그렇게 그려야 하지?” 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그 답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토론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 마치 하나의 퍼즐게임을 하듯 작품은 그러한 과정을 거쳐 결국 자기만의 개성적인 작품으로 탄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절차가 없이 작품이 나온다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물론 작품을 만들어낼 수는 있다. 생각을 덜하고 고민을 덜하고 배움과 체계 없이感으로 해도 된다. 또는 선생님의 손을 빌어 도와주면 가능하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이 없이도 작품을 준비해서 명문대학에 진학하기도 하고 또 장학금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게 듣는다. 하지만 결국 내가 겪었던 고민과 시행착오를 우리의 아이들도 똑같이 되풀이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노래방에 가면 누구나 노래한국씩은 잘 부를 줄 안다. 하지만 가수가 되어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필요하다. 요즘 들어 한국에는 신인 가수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많다. 심사위원들의 날카로운 비평과 분석은 왜 필요한 걸까?  체계적이고 분석적인 방법으로 훈련되지 않으면 결국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체계적인 이론과 진지한 토론을 바탕 하지 않고서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없고 대학에 진학 후에도 독특한 작품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미술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재능 있는 학생들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미술교육을 받고 미술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은 드문 것 같다. 미술대학을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는 학생이라면 반드시 고려해봐야 하는 문제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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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입시준비에 Why 강의와 토론이 중요한가? -1 [중앙일보 교육면 칼럼 2013년 5월 24일]

미대입시준비에 Why 강의와 토론이 중요한가?-1

 

1980년대초 서대문구 아현동서부터 이대 입구 까지는 거의 한 발짝에 하나씩 화실들이 있었다. 광화문에는 서울 미술학원, 녹지 미술학원, 모뉴망 미술학원이 있었고 종로에는 향린 미술학원이 잘 가르친다고 소문이 나있던 시절이었다. 그당시 나는 좋은 그림을 배우고 싶은 욕심에 서울시내 곳곳을 안 가본 데가 없을 정도로 거의 모든 유명한 학원은 다 방문해본 것 같다. 결국 좋은 선생님을 만나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고, 홍익대에 입학하게 되었고 작가생활도 하고 미술학원도 차리고 했지만 내속에는 끝없는 갈증이 있었다. 작품에 대한 갈증…… 비록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10여 년 하다 보니 뎃생이나 수채화 같은 입시과목은 이골이 나있었지만, 정작 내 작품 앞에 서면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가 항상 고민스러웠다.

 

오늘 칼럼은 서론이 좀 긴듯하지만, 미대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왜? 강의와 토론이 중요한지 내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 하고 싶기 때문이다. 다시 내가 미대입시를 준비하던1980년대 돌아가보면, 그당시 그림을 배운다는 것은 마치 절간에 들어가 무예에 도통한 고승의 무술을 배울 때처럼 그림에 대한 실재적인 이론과 지식은 배우기 힘들었고 다만 눈으로 익히고 感으로 작품을 했었던 것 같다. 가끔 배움에 갈증이 날 때마다 인사동 골목을 돌아다니며 기성작가들의 그림들을 감상하거나 상급생 선배 형들에게 귀동냥으로 배우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래서 선후배 관계가 절실하기도 했던 것 같다. 대학에 입학하고도 그런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배들의 작업을 도와주면서 또는 외국의 미술서적을 들척이면서 感으로 미술을 받아들이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때는 왜 그랬을까? 아마도 나뿐만이 아니라 그 당시 미술을 공부하던 분들은 대부분 비슷한 경험을 했으리라 짐작된다.

 

대학을 졸업한 후 작가로서 활동도 해보았지만 항상 마음속에 부족한 뭔가가 꿈틀거렸다. 한때는 내가 미술을 그만두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그야말로 막막하고 답답했었다. 결국 유학의 길을 선택하고서야 조금씩 그 답답함이 풀려나가기 시작되었던 것 같다. 사실 처음에는 미국의 대학원 수업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왜나 하면 미국에서는 그림 한 장 그리고 나면 몇 번에 걸쳐서 Critique(비평)이란 걸 한다. 물론 영어도 서툴렀지만, 그보다도 내 작품을 말로서 설명해야 하고 이해시키고 질문 당하고 하는 것이 아주 많이 불편했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내가 만든 작품이지만 내 작품을 그 제작 배경과 출처 그리고 주제를 비롯해 기법과 재료의 선택에 이르기 까지 분석적으로 논리 정연하고 설득력 있게 설명을 하기 위해서는 이론적 밑바탕이 있어야 했고 그렇지 못했던 나로선 상당히 버거운 부담이었었다. 답답한 심정에서 한번은 Critique(비평) 시간에  “미술을 말로 다 설명할 수 있으면 말로 하지 뭐 하러 그림을 그리겠냐?”고 교수님들에게 반문한적도 있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가끔씩 웃음이 난다.

 

다음 칼럼에서는 안타깝지만 현재에도 계속해서 대물림 되는 레슨방식과 그 문제점들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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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미술교육 이대로 좋은가? -2 [중앙일보 교육면 칼럼 2013년 5월 17일]

입시미술교육 이대로 좋은가?-2

 

얼마 전 한 교육전문가와 점심 식사를 하면서 명문대학을 진학한 한국학생들 중에 적지 않은 학생들이 학업에 적응하기 어려워 도중하차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 역시 상당 부분 공감하는 이야기였다. 미술의 경우에도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종종 보아왔기 때문이다.  단지 명문대학에 진학하고 많은 장학금을 받아내기 위하여 선생님의 손을 빌어 작품집(Portfolio)을 만들어내고, 정작 학생 본인은 그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조차 할 수 없는 수준으로 대학에 진학한다면 과연 대학에서 정상적인 수업을 받을 수가 있을까?

 

유학생활을 통하여 얻은 나의 경험에 비추어, 미국 미술대학에서의 수업은 대체로 이렇게 진행된다. 일단 강의를 통하여Project가 제시되고 그것을 기초로 학생의 작품이 완성되고 나면 교수님들과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기회가 주어진다. 학생들은 창의적이고 개성 있는 작품을 만드는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심혈을 기울이지만, 사실 교수님들은 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하여 그 완성된 작품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완성이 되었는지, 무엇에서 아이디어를 얻어냈고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작품화 하였는지…… 등등 학생들이 자신의 작품을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 논리적 능력 또한 매우 중요시 생각한다. 더구나 다른 학생의 작품에 대해서도 자신의 느낌과 견해 등을 심도 있게 언급하고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하길 바란다. 또한 그러한 수업방식을 통해 많은 것을 얻어내려면 미술전반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안목도 필요하며 그래야만 발전도 할 수 있다.

 

입학 후 미술대학의 이러한 수업방식에 잘 적응하기 위해 미대진학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은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우선 잠시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아쉽게도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서의 수업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미술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인 것 같다. 대부분 학생들은 미술학원에 등록하고, 한국식 미술교육을 받은 선생님들로부터 그들이 한국에서 미대진학을 위해 공부해 왔던 방법과 똑같이 연필을 잡고 선 긋기를 배우고 명암을 배운고, 채색화를 배운다. 심지어 상당히 많은 부분을 선생님 손을 빌어 작품을 만드는 경우도 있어 심하게는 학원의 모든 학생들 작품이 주제도 비슷하고 작품을 만들어가는 기법이나 스타일도 비슷한 경우가 종종 있다. 더구나 작년에 입학한 학생들의 작품이나 올해 입학한 학생들의 작품이나 별반 다른 것이 없어 보이는 경우까지 있다.

 

대학에서 추구하는 수업방식과 많은 차이를 보이는 이러한 수업 방식은 결국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창의적으로 작품활동을 하는데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체계적인 이론교육을 바탕으로 한 미술전반에 대한 이해와 토론습관이 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명문대학입학과 장학금만을 목표로 입시를 준비한다면 진학 후 대학생활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펼쳐질 사회의 다양하고 유기적인 요구와 시대의 빠른 흐름 속에서, 그들은 과연 어떻게 살아남아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자녀들을 위한 진정한 미술교육은 우리 기성세대의 교육이 그래왔던 것처럼, 학생들에게 주입식으로 정답을 찾아 떠먹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그들 속에 내제되어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찾아 스스로 질문하게 하고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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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미술교육 이대로 좋은가? -1 [중앙일보 교육면 칼럼 2013년 5월 10일]

입시미술교육 이대로 좋은가?-1

 

매년 이맘때쯤이면 대학입학의 결과들을 놓고 어떤 가정은 기쁨과 환희로 어떤 가정은 아쉬움과 등록금 걱정으로 ……  이야기들이 분분하다. 그만큼 한인사회에 서 아이들 교육이 각 가정마다 차지하는 비중은 더 이상 언급할 여지가 없다고 보인다. 하지만 가정마다 전쟁 치르듯 그렇게 열심히 보내온 시간들이 단순히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만 쓰여진다면 다시 한번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28년 동안 학생들의 미대입시를 지도해온 경험을 통해 얻은 미력한 통찰이지만 이 칼럼을 통해서 입시미술교육의 방향이 제대로 가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을 나눠 보고자 한다.

 

우선은 나의 미술교육 경험을 통해 느꼈던 한국과 미국간의 미대입시 차이점부터 언급해야 할 것 같다. 한국에서의 미대입시 시험은 정해진 실기시험장에서3~4시간 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작품을 만들어내야만 하고 그 경쟁률 또한 상상하기 힘든 정도로 높다.  실기 시험장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그 긴장감이란 마치 권투 선수가 링 위에 올라가 한판 승부를 내야 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 잘하던 학생일 지라도 그러한 제한된 상황 속에서 가끔씩 예상치 못한 실수가 입시를 망치는 일도 종종 보아왔다.  실제로 마음이 약한 학생들은 우황청심원을 먹고 시험장에 들어가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높은 경쟁률과 제한된 환경 속에서 미대진학을 위해 과연 어떤 교육을 할까?

실기 시험장에서 주어진 시간 안에 작품이 완성되어야 하고 남보다 밀도가 있어야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소위 입시에 잘 먹히는 그림 스타일을 정해놓고“반복과 숙달”을 우선으로 한다. 그러다 보니 학생 개개의 개성이나 창의성은 고려되기 힘든 여건이다.  실제로 유학시절에 친하게 지내던 미국의 한 미대학생에게 한국의 입시 생들의 작품들을 보여준 적이 있는데, 그는3~4시간 동안 고등학생들이 그 정도로 그릴 수 있다는 사실에 한번 놀라고 한국학생 들 전체의 작품이 너무나 획일적 이라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라워했다.

 

그러면 과연 미국의 미술교육은 어떤가?
물론 한국과 같이 과열 경쟁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술, 음악 등 예술 전반에 걸쳐 예능교육에 대한 인식의 차이도 많이 다르다는 것에서 출발하려 한다. 본인이 대학원 때 미술교육학 과목을 수강한 적이 있는데 그 첫 수업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다양성”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미국의 원동력을 다민족이 공존하고 있는”Multi-Culture에 대한 수용과 재창출” 에서 그 강조점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본인이 교생실습을 통해 느낀 점은 미술수업 시 교사가 정답을 찾아 일방적으로 가르쳐주고 전달해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경험해서 발견하고 그 경험을 통한 다양한 질문을 유도 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예들은 비단 미술수업 에서뿐 만이 아니라, 다른 과목에서도 상당부분 흡사하다는 것을 학부모들은 이미 잘 알고 계실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에서는 어떤 학생의 작품을 선호한다고 보아야 할까?  학생들 개개의 성격과 특성이 무시된 획일적 스타일로 정답을 정해놓고 작품을 준비해온 학생들의 작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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