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 -1” [중앙일보 교육면 칼럼 2013년 6월 7일]

“나는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1”

이 물음은 28년간 학생들을 지도해 오면서 항상 내 자신 스스로에게 해왔던 질문이다. 학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커피를 마시면서 무심코……  학생들과 상담을 하고 난 후에……  그러한 질문을 스스로 에게 할 때면 매번 느끼는 거지만 부끄럽다.  때론 무지해서 때론 게을러서 때론 개인적인 감정에 치우쳐서…… 내 자신이 선생님이라는 사실을 잊은 적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선생님 일수 있도록 일깨워준 이 들은 다름아닌 바로 나의 소중한 학생들 이었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보람 있는 일이라는 것이며 내 자신이 그런 보람을 느끼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가지고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도 부족함이 많은 선생으로서 그 동안 경험해야만 했던 몇 가지 사례들을 이야기 해볼까 한다.

 

<수평적 대화>
California에서 대학원 생활할 때의 이야기다. 유학생 이었던 나는 학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해서 아르바이트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 당시만해도 한국에서의 경험도 있고, 실기에는 자신감도 충만했던 시절이라 그리 어렵지 않게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으리라 생각 했었다. 그런데 문제가 좀 있었다. 대화의 방식에 있어서 일방통행이었던 것 이었다.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는 가르치려고만 했다. 그리고 열심히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작품을 제작하기 전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데, 형식만 아이디어 회의를 갖추었지 진작 내용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학생들은 대부분 경험이 없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이 얼토당토 없는 의견들을 제시해오는 수가 많다. 그런 그들에게 나는 나름 정답을 찾아 주었다. 그런 일들이 반복 되면서 학생들은 아이디어를 준비해 오는 횟수가 차츰 줄어들었고 점점 자신감이 줄어드는 것을 보게 되었다. 물론 명문대학에 진학하긴 했지만, 그것은 어찌 보면 학생들의 작품이 아니었고 내 아이디어를 일방적으로 전달해주고 완성시킨 대학에 입학을 위한 편법에 불과 했다는 생각이다. 지난 칼럼 에서도 언급했지만, 대학입학만을 위한 교육이 되어서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미술수업에 있어서 선생님과 학생간에는 수평적 관계가 유지되어야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는 단순히 외부적으로 나타난 친밀감과는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작품제작을 위해 학생들과 의견을 나눌 때 의견이 상충될 때가 종종 있다. 사실 학생들은 작품제작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많은 경우 시행착오를 겪게 되지만 그렇다고 할지라도 “네가 뭘 알아……선생님 의견이 옳으니 따라와라……”하는 일방통행 식 교육방식은 아이들로 하여금 자신감을 잃게 만들고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 이후로 귀를 열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미술을 가르친다는 것…… 그것은 학생들 속에 잠자고 있는 생각과 아직 여물지 않은 감성들을 끌어올리는 섬세한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매 순간 깨닫곤 한다.  다음 주 에도 이어서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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