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한 제자를 보면서” [중앙일보 교육면 칼럼 2013년 8월 23일]
“성장한 제자를 보면서”
여름방학 동안 작품준비를 위해 수고했던 입시생들 을 위한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다. RISD에 입학해 현재 재학생으로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선배 s양을 초대해 생생한 학교경험담을 듣고, 선생님이 아닌 선배로부터 학생들이 평소에 궁금하던 이야기들을 터놓고 직접 만나 이야기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 이기도 한 자리였다. 바로 2년 전에 입학한 선배였기 때문에 입시생들 에게는 마치 입학하게 된 2년 후의 자신의 모습을 보는듯한 느낌을 줄 수도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입시생들의 반응은 차치 하더라도 선생인 나 역시도 놀라웠던 것은 선배 S양의 변화된 외모였다. 길에서 마주치면 알아보지 못하리만큼 세련되고 예뻐져 있었다. 당당하고 자신에 차 보였고 너무나도 행복해 보였다.
선후배간의 자유로운 대화를 위해 조촐하게 다과상을 준비해주고 나는 잠시 자리를 피해주었다. 처음에 조금 어색한듯해 보이던 자리는 금방 화기애애해지는가 싶더니 조금씩 진지한 질문과 대답이 이어지고 있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나도 잠시 그들 곁에 앉아서 나누는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요즘 아이들답게 Laptop을 켜놓고 자료화면도 서로 보여줘 가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특히 선배인S양은 그 동안 수업했던 작품들과 그 내용들을 곁들여 가며 교수님들의 수업방식과 그분들의 작품 또한 소개해 주었고, 같은Class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의 열정과 창의적 발상에 놀라움을 표하기도 하였다. 사전에 아무런 조율 없이 마련된 자리였지만, 미술이라는 동일한 관심사와 미룰 수 없는 그들의 꿈과 열정은 그곳에 참가한 모두에게 뜨거운 각성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지금의 입시생과 똑 같은 모습으로 힘겨워하고 때론 눈물도 보이면서 미대입시를 준비하던 S양 이었다. 오늘의 그녀는 당당하고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꿈으로 향해있는 그녀의 시선은 대견하였다. 앞으로 2년 후에는 오늘의 입시생 아이들도 저렇게 변해있을 거다. 꿈은 이루어지고 꿈을 꾸는 자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꿈은 단지 꿈이 아니고 미래에서 그들을 맞이하며 기다리고 있는 노력의 보상이요 더 높은 꿈을 잉태하게 되는 삶의 밑천이 될 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꿈을 품게 하고 그들의 꿈을 노력으로 채워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내 직업이 자랑스럽다, 다시 한번 그렇게 느끼게 해준 S양에게 또한 감사하였고, 대견하였다.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이 그저 쓸쓸하지만은 않다. 꿈을 꾸는 아이들이 있고 그들이 노력을 통해 조금씩 대견하게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짜릿한 감동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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