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미술교육 이대로 좋은가? -2 [중앙일보 교육면 칼럼 2013년 5월 17일]
입시미술교육 이대로 좋은가?-2
얼마 전 한 교육전문가와 점심 식사를 하면서 명문대학을 진학한 한국학생들 중에 적지 않은 학생들이 학업에 적응하기 어려워 도중하차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 역시 상당 부분 공감하는 이야기였다. 미술의 경우에도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종종 보아왔기 때문이다. 단지 명문대학에 진학하고 많은 장학금을 받아내기 위하여 선생님의 손을 빌어 작품집(Portfolio)을 만들어내고, 정작 학생 본인은 그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조차 할 수 없는 수준으로 대학에 진학한다면 과연 대학에서 정상적인 수업을 받을 수가 있을까?
유학생활을 통하여 얻은 나의 경험에 비추어, 미국 미술대학에서의 수업은 대체로 이렇게 진행된다. 일단 강의를 통하여Project가 제시되고 그것을 기초로 학생의 작품이 완성되고 나면 교수님들과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기회가 주어진다. 학생들은 창의적이고 개성 있는 작품을 만드는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심혈을 기울이지만, 사실 교수님들은 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하여 그 완성된 작품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완성이 되었는지, 무엇에서 아이디어를 얻어냈고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작품화 하였는지…… 등등 학생들이 자신의 작품을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 논리적 능력 또한 매우 중요시 생각한다. 더구나 다른 학생의 작품에 대해서도 자신의 느낌과 견해 등을 심도 있게 언급하고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하길 바란다. 또한 그러한 수업방식을 통해 많은 것을 얻어내려면 미술전반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안목도 필요하며 그래야만 발전도 할 수 있다.
입학 후 미술대학의 이러한 수업방식에 잘 적응하기 위해 미대진학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은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우선 잠시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아쉽게도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서의 수업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미술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인 것 같다. 대부분 학생들은 미술학원에 등록하고, 한국식 미술교육을 받은 선생님들로부터 그들이 한국에서 미대진학을 위해 공부해 왔던 방법과 똑같이 연필을 잡고 선 긋기를 배우고 명암을 배운고, 채색화를 배운다. 심지어 상당히 많은 부분을 선생님 손을 빌어 작품을 만드는 경우도 있어 심하게는 학원의 모든 학생들 작품이 주제도 비슷하고 작품을 만들어가는 기법이나 스타일도 비슷한 경우가 종종 있다. 더구나 작년에 입학한 학생들의 작품이나 올해 입학한 학생들의 작품이나 별반 다른 것이 없어 보이는 경우까지 있다.
대학에서 추구하는 수업방식과 많은 차이를 보이는 이러한 수업 방식은 결국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창의적으로 작품활동을 하는데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체계적인 이론교육을 바탕으로 한 미술전반에 대한 이해와 토론습관이 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명문대학입학과 장학금만을 목표로 입시를 준비한다면 진학 후 대학생활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펼쳐질 사회의 다양하고 유기적인 요구와 시대의 빠른 흐름 속에서, 그들은 과연 어떻게 살아남아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자녀들을 위한 진정한 미술교육은 우리 기성세대의 교육이 그래왔던 것처럼, 학생들에게 주입식으로 정답을 찾아 떠먹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그들 속에 내제되어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찾아 스스로 질문하게 하고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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