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이야기이다” [중앙일보 교육면 칼럼 2013년 9월 13일]
“미술은 이야기이다”
유태인만큼 이야기를 즐기는 민족도 드물 것이다. 구약성서가 장대한 이야기의 보물창고라는 것은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탈무드> 역시 기원전 5백 년 전부터 기원후 5백 년에 이르기까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것들을 10년 동안 약 2천명의 학자들이 모여서 엮은, 1만2천 페이지에 달하는 거대한 분량의 책이다. 이것은 평생 동안 읽어도 모두 읽을 수 없는 대단한 분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태인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해내고, 그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다.
<죠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백 투더 퓨처> 시리즈, <E.T.>, <후크>, <그렘린>, <태양의 제국>, <쉰들러 리스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 <A.I.>, <쥬라기 공원> 등의 작품을 통해 기발한 아이디어와 화려한 기법으로 관객들을 끌어 모으고 어린 시절 우리가 꿈꾸었던 상상을 눈앞에 보여주는 감독 그가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영화감독) 역시도 유태인이었던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기질을 그대로 이어받은 천재적인 이야기꾼인 것이다.
오늘 내가 뜬금없이 이야기꾼으로서의 한 영화감독을 언급하는 것은 오랜 시간 학생들을 지도해 오면서 나름 터득한 ‘미술은 이야기이다’ 라고 하는 관점에서 이다. 이러한 관점은 내가 미국유학을 통해 여러 교수님들과의 수많은 대화에서도 느껴왔었지만, 더욱더 확신을 갖게 된 것은 많은 학생들을 지도해 오면서 인 것 같다.
미술대학진학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어려운 과정은 좋은 아이디어를 찾는 작업일 것이다. 기술은 가르칠 수 있어도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르치기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어찌 보면 그것은 가르쳐서 될 일도 아니고 때론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무수한 경험을 통해 내가 얻어낸 결론은 많은 시간 학생들과 이야기 하는 것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감명 깊었던 작품을 통해 학생이 느끼고 공감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때론 그 작품을 통해 작가가 전달하고자 의도했던 것들에 대해서, 그리고 작가가 소통하고자 작품에 사용했던 방식 등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학생이 한 작품 한 작품 완성을 해나가는 과정에 있어서도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야기를 통해 학생들은 스스로도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자신의 특성을 발견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미술이란 매개체를 통해 이해하게 되는 경험을 갖기도 한다. 또한 이야기를 통해 예기치 않았던 새로운 아이디어와 만나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선생님과 학생의 눈높이가 맞춰져 있지 않은 대화 속에서는 아무것도 얻어지는 게 없는 것 같다. 선생님이 더 경험이 많기 때문에 선생님이 옳고 학생은 배워야 한다는 식의 대화 속에서는 아무것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물론 처음에는 대화에 익숙지 않아 어색해 하겠지만, 선생님이 학생과 눈높이를 맞추고 귀를 열어 학생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학생이 표현하고자 하는 생각과 감정을 존중해준다면, 학생은 점점 더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고, 결국엔 그 자신감으로 작품 속에 자신만의 개성이 담겨있는 이야기를 담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미술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미술은 이야기이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고, 작품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통해 설득력 있는 예술적 언어를 터득하고, 또한 자신의 개성을 발견하는 좋은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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