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대회와 꿈” [중앙일보 교육면 칼럼 2013년 8월 16일]
“미술대회와 꿈”
어린 시절 사생대회 라는 이름으로 미술대회에 나가본 적이 있다. 무슨 무슨 백일장 이라든가 혹은 불조심 포스터 등등 정말 수 많은 종류의 미술대회가 있었고, 그런 대회를 통해 어렴풋이나마 나는 그림에 조금 소질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딱히 미술대회가 아니더라도 미술시간에 그린 자신의 그림이 교실 뒤편에 걸려본 사람 이라면 그 뿌듯한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역시 그랬었던 것 같다. 미술에 관련된 가족이나 친족이 전무후무한 집안에서 태어난 나는 어린 시절 어려웠던 가정형편상 미술학원에 다녀 본적도 없었고, 내가 그림을 잘 그린다고 생각해 본적도 없었다. 하지만 미술대회의 크고 작은 수상을 해나가면서 점차 자신의 소질을 깨닫기 시작했던 것 같다. 미술대회는 나에게 미술의 길을 선택함에 있어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던 것 같다.
요즘도 역시 많은 학생들이 이런저런 미술대회를 통해 화가나 디자이너의 꿈을 꾸는 계기가 되고 있다. 부모님들 역시도 자녀들의 재능을 발견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또한 규모가 큰 미술대회에서는 대학교 진학 시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미술대학을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미술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동기유발이 되기도 하고 그렇게 진지하게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실지로 많이 성장하기도 하며, 다른 학생들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폭넓은 경험을 하기도 한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어떤 학부모님은 자녀의 미술대회 입상을 위해 작품을 도와 달라고 하시는 분도 있다. 마치 미술학원에 다니면 당연히 미술대회에서 입상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러한 생각에는 문제점이 있다고 본다. 물론 미술학원 입장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정말 대놓고 그림을 그려주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많은 학생들은 선생님이 그려줘서 입상한 그림을 Cheating이라고 생각한다. 정확히 말해서 학생들의 그러한 생각은 틀림이 없다. 아이디어를 만드는 단계에서부터 작품의 스타일이나 색상과 분위기의 선택 그리고 직접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선생님께 의존해서, 결과적으로 선생님이 다 그려주는 과정을 실지로 경험한다면 과연 학생들은 그 작품을 자신의 작품이라고 여길 수 있을까? 또한 수상을 한다고 한들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는 계기로 여길 수 있을까? 미술을 한다고 하는 것이 즐거움이고 꿈이 될 수 있을까?
미술대회뿐만이 아니라 미술대학 진학을 위한 포트폴리오 작품 제작에 있어서도 학생들 자신이 Cheating 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선생님이 관여한다면 과연 그 학생은 대학에 진학 후 미술을 통해 자신의 꿈을 펼쳐 나갈 수 있을까? 그 대학에 진학한 다른 미국인 학생들과 정상적으로 경쟁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을까? 미술대회에서 입상을 하거나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고 자랑스러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이 학생 자신의 의지와 노력과 열정에 근거하지 않고 입상과 입학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얻기 위한 Cheating 에서 기반되었다면 그들은 입상과 입학을 통해 무엇을 얻을까? 그들에게 어떠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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