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에 물주듯이” [중앙일보 교육면 칼럼 2013년 9월 27일]

“콩나물에 물주듯이”

 

옛날 우리 어머님들은 직접 콩나물을 길렀다. 볏짚을 태운 재로 시루떡을 안치듯 한 두름은 재를 뿌리고 한 두름은 콩을 뿌려 콩나물시루에 안치었다. 콩나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주 물을 줘야 한다. 하지만 콩나물은 물을 받는 대로 밑으로 흘려버린다. 그래도 그 물을 받은 콩나물은 그렇지 않은 콩나물과는 다르다. 대부분이 흘러가 버린 것으로 보이지만, 그 물은 콩나물을 자라게 하는 데 작지만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이것이 반복되는 동안 모르는 사이 콩나물은 쑥쑥 자라게 된다. 세상에는 콩나물에 물 주듯이 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아무 성과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조급해하지 말아라. 콩나물은 많은 물을 맞으면서 조금씩 자라는 것이다.

 

‘콩나물에 물 잘 주고 있느냐?’ 라는 말은 지도하고 있는 한 학생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학생의 아버지께서 그 학생에게 자주 묻는 말이라고 했다. 학생은 그 말씀의 의미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조금씩 커다란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학부모님의 지혜가 담긴 말씀이 내게는 중요한 삶의 태도로서 자리하고 있다.

 

콩나물에 물을 주는 것은 하루도 쉬지 않고 해야 하는 일이며 많지도 적지도 않게 적당량의 물을 공급해야 하는 일이다. 또한 대부분 흘러내리는 물이 과연 콩나물로 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과 부정적인 생각을 배재한 채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또한 욕심을 부리거나 조급해하지 않고 그저 성실하고 묵묵하게 일상의 한 부분으로서 매일 그렇게 반복 하는 것이다. 그렇게 쉬지 않고 물을 주다 보면 어느덧 더 이상 콩이 아닌 콩나물이 나온다고 하는 당연하고 평범한 진리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작품을 하는 나도 그렇고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도 그렇고 좋은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작품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매일매일 콩나물에 물주듯이 정성을 들여야 할 것들이 있다. 그것은 그렇게 특별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다.  마치 콩나물에 물을 주듯 하루라는 시간 중에서 얼마의 시간을 할애해서 매일매일 조금씩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작은 시간과 작은 노력들이 모여 하나의 뜻을 이루고 꿈을 이룬다. 인류역사상 이것보다 정확한 진리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작은 실천 속에서 더 깊이 내게 감명을 주는 부분은 그 작은 실천이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고 현명하고 성공적으로 삶을 살아가게 하는 지혜로운 삶의 태도 라는 점이다.

 

정성을 들인 작은 시간들을 통해 소소한 성취감을 얻고 그것이 자신감이 되어 새로운 도전을 계획하고, 꿈을 꾸고 결국에는 그 꿈을 언제 이루었나 싶게 이루게 된다는 이야기를 단지 이야기가 아닌 경험으로서 터득하게 되기를 바라면서 우리의 학생들과 또 내 신에게 “오늘도 콩나물에 물 주었나?” 하고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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