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입시준비에 Why 강의와 토론이 중요한가? -1 [중앙일보 교육면 칼럼 2013년 5월 24일]
미대입시준비에 Why 강의와 토론이 중요한가?-1
1980년대초 서대문구 아현동서부터 이대 입구 까지는 거의 한 발짝에 하나씩 화실들이 있었다. 광화문에는 서울 미술학원, 녹지 미술학원, 모뉴망 미술학원이 있었고 종로에는 향린 미술학원이 잘 가르친다고 소문이 나있던 시절이었다. 그당시 나는 좋은 그림을 배우고 싶은 욕심에 서울시내 곳곳을 안 가본 데가 없을 정도로 거의 모든 유명한 학원은 다 방문해본 것 같다. 결국 좋은 선생님을 만나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고, 홍익대에 입학하게 되었고 작가생활도 하고 미술학원도 차리고 했지만 내속에는 끝없는 갈증이 있었다. 작품에 대한 갈증…… 비록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10여 년 하다 보니 뎃생이나 수채화 같은 입시과목은 이골이 나있었지만, 정작 내 작품 앞에 서면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가 항상 고민스러웠다.
오늘 칼럼은 서론이 좀 긴듯하지만, 미대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왜? 강의와 토론이 중요한지 내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 하고 싶기 때문이다. 다시 내가 미대입시를 준비하던1980년대 돌아가보면, 그당시 그림을 배운다는 것은 마치 절간에 들어가 무예에 도통한 고승의 무술을 배울 때처럼 그림에 대한 실재적인 이론과 지식은 배우기 힘들었고 다만 눈으로 익히고 感으로 작품을 했었던 것 같다. 가끔 배움에 갈증이 날 때마다 인사동 골목을 돌아다니며 기성작가들의 그림들을 감상하거나 상급생 선배 형들에게 귀동냥으로 배우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래서 선후배 관계가 절실하기도 했던 것 같다. 대학에 입학하고도 그런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배들의 작업을 도와주면서 또는 외국의 미술서적을 들척이면서 感으로 미술을 받아들이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때는 왜 그랬을까? 아마도 나뿐만이 아니라 그 당시 미술을 공부하던 분들은 대부분 비슷한 경험을 했으리라 짐작된다.
대학을 졸업한 후 작가로서 활동도 해보았지만 항상 마음속에 부족한 뭔가가 꿈틀거렸다. 한때는 내가 미술을 그만두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그야말로 막막하고 답답했었다. 결국 유학의 길을 선택하고서야 조금씩 그 답답함이 풀려나가기 시작되었던 것 같다. 사실 처음에는 미국의 대학원 수업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왜나 하면 미국에서는 그림 한 장 그리고 나면 몇 번에 걸쳐서 Critique(비평)이란 걸 한다. 물론 영어도 서툴렀지만, 그보다도 내 작품을 말로서 설명해야 하고 이해시키고 질문 당하고 하는 것이 아주 많이 불편했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내가 만든 작품이지만 내 작품을 그 제작 배경과 출처 그리고 주제를 비롯해 기법과 재료의 선택에 이르기 까지 분석적으로 논리 정연하고 설득력 있게 설명을 하기 위해서는 이론적 밑바탕이 있어야 했고 그렇지 못했던 나로선 상당히 버거운 부담이었었다. 답답한 심정에서 한번은 Critique(비평) 시간에 “미술을 말로 다 설명할 수 있으면 말로 하지 뭐 하러 그림을 그리겠냐?”고 교수님들에게 반문한적도 있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가끔씩 웃음이 난다.
다음 칼럼에서는 안타깝지만 현재에도 계속해서 대물림 되는 레슨방식과 그 문제점들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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