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 속에서 벗어나라” [중앙일보 교육면 칼럼 2013년 9월 6일]

“틀 속에서 벗어나라”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안타까운 것은 충분한 테크닉과 창의적 잠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 스스로 ‘틀’속에 갇혀있으려고 할 때이다. 이러한 경우는 늦게 그림을 시작한 학생을 가르치는 것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봐도 크게 효과가 나질 않는 경우가 많다. 학생본인도 힘들고 가르치는 선생도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오늘은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는 ‘틀’이라는 문제를 놓고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틀’이라는 개념은 논자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지만 오늘 필자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틀’은 한국적 입시미술교육에서 연유된 ‘주입식’ 교육에 관해서다. 사실 한국에서조차도 ‘주입식’ 미술교육의 문제점들에 대해 많은 논의와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문제가 쉽사리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미대입시의 과열경쟁과 이에 편승한 상업적 미술학원들의 편법적인 미술교육에 있다고 본다.

 

“그런데 왜 미국에서 한국의 미대입시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가? “ 의아해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것은 필자가 안타까워하는 부분이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 미술대학에서 이루어지는 창의적 이고 개별적 수업방식 이라든가 독창성과 실험성을 염두에 둔 현대미술의 흐름 그리고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고려 없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는 것 자체에만 Focus를 두고 교육을 하다 보니 비록 원하는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필연적으로 많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토론과 비평이 기반된 대학수업과 연관되어서 미술수업이 진행되어야 하고 미술전반에 대한 이해와 기본적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기능적이고 테크닉적인 부분에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데 반해 창의적 발상과 사고에 대한 교육적 투자에는 상당히 미약하다. 그러한 창의적 발상에 대한 프로그램을 갖고 포트폴리오 반을 진행하는 곳은 극히 드물지 않나 생각된다. 그러다 보니 많은 한국 학생들은 실기를 지도하는 유독 선생님에 대한 의존 비율이 높은 편이고 심한 경우는 선생님이 제시하는 패턴화 되고 정형화된 한가지의 스타일로 작품을 제작하게 되고, 심지어는 함께 배우는 대부분 학생들의 작품이 마치 한 사람이 그린 것처럼 비슷한 경우가 있기도 하다.

 

이러한 ‘주입식’ 미술교육이 많은 학생들에게 벗어나기 힘든 ‘틀’이란 것을 만들어 주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18세기 중엽부터 말까지 영국 예술계를 주도했던 J.레이놀즈는 ‘그림이 걸려 있는 방은 사상을 걸고 있는 그것이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그림은 그 그림을 완성한 사람의 생각과 감성 그리고 상상과 경험을 담은 그릇이다. 원하는 미술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목적이 되는 짧은 안목과 이에 편승한 주입식 미술교육으로 인해 자신의 생각과 감성을 ‘틀’ 속에 박제처럼 걸어놓는다면, 우리의 아이들에게는 어떤 경쟁력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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