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중앙일보 교육면 칼럼 2013년 10월 11일]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어린 시절 미술을 전공하려고 하는 나에게 부모님들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 당시만해도 미술이라는 전공을 통해서 소위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 당시 소설책이나 드라마에서는 미술인들의 캐릭터가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허황된 이상을 추구하는듯한 모습으로 그려지거나 아니면 평생 먹고 살 걱정을 안 해도 되는 고상하고 귀족적 취향을 지닌 부잣집 딸들을 묘사하기 위해 심심치 않게 사용되곤 했었다.

 

시대가 바뀌어 디지털 미디어가 일상생활을 점령하고 미술이 그 속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미술과 미술인에 대한 그러한 고정관념은 아직도 상당부분 남아있는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식하기 힘들겠지만 사실 미술은 우리의 평범한 일상 속에까지 깊이 자리잡고 있다. 오늘은 그런 것들을 일일이 열거하려 하는 것이 아니고, 미술을 전공하려고 고민 하는 학생들이나 부모님들 또는 현재 미술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간략하나마 진로에 대한 조언을 해볼까 한다.

 

우선 상담 시 진로에 관해 자주 받는 질문 한두 가지를 통해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상담을 할 때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는 “미술을 전공하면 나중에 취업이 잘될까요?” 라는 질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술이 현실 생활과 밀접히 관계되어 있음에도 주변에 미술전공자가 흔치 않고 또한 일반적인 일자리가 아니기에 자주 접하게 되는 질문인 것 같다. 아무튼 그런 질문을 받게 되면 도리어 이렇게 질문해 보고 싶어진다. “의대나 법대를 졸업하면 취업이 잘될까요?” 라고 말이다.

 

물론 적당한 비교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미술전공이 다른 전공에 비해 특별히 취약하다고 생각지 않기 때문에 하는 질문이기도 하고 의사나 변호사가 되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과 돈과 노력만큼 투자하면 미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의 질문이기도 하며, 현재 경제사정과 국제정세에 따라 취업의 성향과 상황은 각각 다르게 영향 받을 수 있으며 누구도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는 뜻에서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예전처럼 어떤 특정한 직업과 특정한 전공이 특별이 취업에 유리하고 전망이 밝은가 하는 것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진로를 고민할 때, 특히 미술을 전공하고자 할 때는 ‘취업이 잘되는가?’ 또는 ‘돈을 잘 벌 수 있는가?’ 보다는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이 ‘미술을 좋아하는가?’ 또는 ‘미술을 통해 평생 즐거워하면서 일할 수 있는가?’ 라는 점에 중심을 두고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앞으로의 세대는 100년을 살아간다고들 하는데, 그렇다면 그들은 20대부터 거의 80대까지 거의 60년을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할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24시간 중 8시간을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것은 하루의 1/3을 일하면서 보낸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만약 그 일이 즐겁지 않다면 60년여를 불행과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미술이 다른 전공에 비해 취업하기 어려운 시대는 지나갔다. 어떠한 노력과 창의력을 갖고 자기분야를 개척해 나가는가 하는 것이 그리고 끝없는 자기개발을 통해 남들과 다른 자기만의 장점을 만들어내는 것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덕목인 것 같다. 그러한 노력과 창의력 그리고 자기개발 등은 그 전공에 대한 즐거움이나 열정이 없이는 이뤄내기 힘들다. 28년여를 학생들의 미술을 지도하며 수많은 제자들을 통해 보고 느낀 것은 미래를 걱정하고 예측하려 하기보다는 현재의 미술수업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행복하게 노력하며 스스로의 꿈을 존중하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그러한 하루하루가 취업을 넘어 행복한 미래를 준비시켜 줄 디딤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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