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용어와 개념에 익숙해지기” [중앙일보 교육면 칼럼 2013년 10월 4일]

“미술용어와 개념에 익숙해지기”

 

미술이란 가슴에서 시작하여 머리로 정리되어 나오는 예술작품이다. 그래서 혹자는 미술이 가장 지적인 감수성의 예술이라고도 한다. 어찌 보면 미술은 감성과 이성의 절묘한 줄타기를 하는 것 이라고도 말할 만 하다. 미대입시를 준비하면서 많은 학생들이 힘들어 하는 부분이 이 점이 아닌가 한다.

 

얼마 전 한 학생이 자신이 제작한 추상미술 작품 몇 점을 들고 와 평가를 부탁 하였다. 일반적으로 추상작품은 미대입시 포트폴리오에서는 자주 다루어지는 부분은 아니기에 매우 흥미롭게 감상 하였다. 사실 추상미술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다루기에는 난해하고 자칫 노력에 비해 좋은 결과물을 얻어 내기가 그리 녹녹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유형의 작품도 마찬가지 이지만, 특히나 추상미술 같은 경우에는 작품제작에 앞서 추상미술에 대한 개념이 정리 되어있어야 한다. 추상미술이 발생하게 된 역사적 배경에 대한 이해와 함께 기법이라든지 표현의 방식에 따라 어떻게 분류가 되는지 등등 말이다. 그런 사전 공부가 반드시 필요하며 그 공부를 바탕 해서 과연 학생자신은 어떤 이유와 방향을 가지고 추상미술작품에 접근하려고 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작품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기본적인 정보의 입수라든지 미술사적Research 또는 그와 관련된 용어나 개념에 별로 관심이 없다. 사실 이러한 공부를 스스로 해나가기란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나 미술학원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제대로 제공 받기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라고 보여진다. 아무튼 자신이 어떠한 방향으로 왜 추구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계속 작품을 제작해 나간다면 결국 원하는 결과를 얻기가 힘들 것이다. 비록 제대로 된 완전한 형태는 아닐지라도, 작품을 제작하기에 앞서 조금만 개념이 정리되어 있다면, 명확한 방향을 갖고 자신의 작품을 추구해 나갈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약간의 조언만으로도 작품의 방향은 180도 달라질 수도 있다. 필자가 항상 이야기하는 토론과 대화의 중요성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작품의 제작과정에서 학생들에게 토론을 통해 Art History나 미술용어 또는 미술사조의 발상과 개념 등에 대해 자연스럽게 접근토록 도와 준다면, 그 결과에 있어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더불어 포트폴리오 준비단계에서부터의 이러한 제작습관이 그대로 대학과정으로 이어질 수만 있다면 토론위주의 미술대학 수업에서 또한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알고 이해하고 작품에 임하기 때문에 할 이야기가 생기고 토론에 있어서도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개념이 잡혀있는 안목으로 자신의 작품을 읽고, 제작하고, 자신 있게 토론에 참여할 수 있는 우리의 학생들이 점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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